포트홀 피하다 교통사고…법원 "지자체도 배상 책임"
자전거 운전자가 ‘포트홀(도로의 움푹 팬 곳)’을 피하려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도로 관리자에게 일부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유남석)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서울시는 9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택시 운전자 김 모씨는 지난 2009년 편도 3차로의 끝 차로에서 같은 방향으로 가던 백 모씨(당시 73세)의 자전거를 추월하다 오른쪽 사이드미러로 자전거 왼쪽 손잡이를 쳤다. 백씨는 넘어졌고 뇌출혈 등으로 언어, 보행능력을 잃고 치료를 받다 4년 후 숨졌다. 김씨는 자전거 추월시 지켜야 할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백씨의 가족은 김씨 차량과 계약이 돼 있는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1억31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연합회 측은 백씨의 치료비와 배상금으로 3억6500만원을 지급하고 서울시 책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연합회 측은 “백씨가 맨홀 뚜껑 주위의 움푹 패인 도로를 피하려다 중심을 잃고 쓰러지며 사고가 발생했다”며 서울시의 도로 관리하자를 이유로 공제금의 절반을 달라고 주장했다.
1심에선 연합회가 패소했지만 2심은 달랐다. 재판부는 백씨가 사고 직후 경찰에 ‘맨홀 뚜껑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점 등을 인정해 도로 관리 하자가 운전자 과실과 결합해 사고가 났다고 판단했다. 다만 “도로 노면의 팬 정도가 자동차 통행에 지장이 있는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며 서울시의 과실 비율을 25%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