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 사고, 원칙적으로 도로교통법 등 적용
지난해 10월 경기도 안산에 사는 A씨는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다 B씨가 몰던 자전거와 충돌했다. 잘잘못을 따지며 실랑이를 벌이던 A씨는 B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오히려 사고 책임이 A씨에게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조사결과 A씨가 면허정지 수치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97%의 음주상태로 전동킥보드를 운행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은 전동킥보드 등 스마트 모빌리티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검찰은 일단 '배기량 50cc 미만(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정격출력 0.59킬로와트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車)'인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A씨를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했고 A씨는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동킥보드와 전동휠 등 스마트 모빌리티를 이용해 출퇴근하거나 레저를 즐기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관련 사고도 잇따르자 검찰이 새로운 처벌 기준을 마련했다. 음주운전과 뺑소니 등 스마트 모빌리티 운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도로교통법 등을 적용해 처벌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단속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도로교통법 등은 스마트 모빌리티를 예정하고 규정된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처벌 수준은 차량이나 오토바이 등에 비해 감경할 수 있도록 했다.
대검찰청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스마트 모빌리티 사고 관련 처분 기준을 마련해 일선 검찰청 형사부에 배포했다.
규정 미비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는 한편 관련 사건에 대한 적정하고 통일적인 처분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각 일선 검찰청이 알아서 관련 법을 적용해 처리해 사건별로 처분 내용이 달라 일부 혼란이 있었다.
새로운 처분 기준에 따라 앞으로 스마트 모빌리티를 운행하다 교통사고나 뺑소니,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도로교통법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등 관련법을 적용해 처벌한다. 또 '차의 운전자가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다른 사람의 건조물이나 그 밖의 재물을 손괴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금고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 도로교통법 제151조의 업무상 과실 재물 손괴죄 규정도 원칙적으로 적용된다.
다만, 피해상황과 사안의 경중 등 구체적인 상황에 맞게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구형할 수 있도록 했다. 아직까지 스마트 모빌리티 이용자들이 전동휠 등을 '차'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일반 자동차나 오토바이 사고의 기준과 동일하게 처리할 경우 처분이 지나치게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검은 또 스마트 모빌리티 역시 차에 해당해 법률상 자동차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지만, 현재 국내 보험사에 전동휠 관련 의무보험상품이 전무한 상황이라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할 수 없는 실정인 만큼 책임보험 미가입에 대해서는 향후 관련 보험상품이 생길 때까지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대검 관계자는 "규정 미비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처분 기준을 만들었다"며 "검찰 처분이 전국적으로 일정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3년 3건에 불과하던 전동휠 등 관련 사고는 2015년 26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16년에는 174건으로 급증했다. 올해에도 6월까지만 벌써 92건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검찰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올 9월까지 전동휠 등 관련 사고로 검찰에 접수된 사건은 모두 56건이다. 이 가운데 20건이 전동휠 운행 중 발생한 교통사고였으며, 17건에 대해 형사처벌이 이뤄졌다.
출처 : 법률신문